[리뷰] [MULTI] 리틀 나이트메어 2, 또다시 분위기로 홀리는 악몽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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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리틀 나이트메어 2 | 출시일 | 2021년 2월 10일 |
개발사 | 타르시어 스튜디오 | 장르 | 호러 어드벤처 |
기종 | PC, 스위치, PS4, PS5, XONE, XSX|S | 등급 | 15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 본고는 리뷰 작성을 위한 최소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7년 출시된 ‘리틀 나이트메어’는 상당히 독특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 해는 연초부터 유난히 대작이 많았는데, 게이머로서 즐거운 시기였지만 한 편으로 약간 지치기도 했다. 아무래도 게임을 업으로 하는 입장이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4월에 ‘리틀 나이트메어’가 출시되었고 필자는 그 짧지만 흥미로운 잔혹 동화에 금새 빠져들었다.
‘리틀 나이트메어’를 만든 타르시어 스튜디오는 스웨덴 최남단 말뫼에 자리한 소규모 게임사다. 사명은 안경 원숭이란 뜻이다. 2004년 설립 후 ‘리틀 빅 플래닛’ DLC 및 VITA 버전 제작, ‘테어어웨이: 언폴디드’ 개발 협력 등 사실상 미디어 몰큘의 보조역에 머물러왔다. 그런 타르시어에게 있어 ‘리틀 나이트메어’는 홀로서기를 위한 야심 찬 승부수였다.
오랫동안 미디어 몰큘의 보조역에 머물렀던 타르시어 스튜디오. 주로 '리틀 빅 플래닛' 개발을 도왔다.
그런 타르시어 스튜디오에게 있어 '리틀 나이트메어'는 홀로서기를 가능케 한,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여기서 잠깐 ‘리틀 나이트메어’를 소개하자면 어느 우비 소녀의 탈출극을 그린 사이드뷰 호러 어드벤처다. 조그마한 주인공이 식인 거인들을 따돌리며 미궁 같은 해저 시설을 탈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퍼즐 및 플랫포밍 요소를 즐길 수 있다. 대사는 일절 없이 상황 묘사만으로 풀어내는 서사와 한 편의 디오라마를 보는 듯한 그래픽이 눈길을 끄는 수작이다.
결과적으로 ‘리틀 나이트메어’는 대작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썩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이제껏 미디어 몰큘에 가려 있던 타르시어가 재조명 받았고 자연스레 ‘리틀 나이트메어 2’ 개발이 결정됐다. 다만 이처럼 단발성 아이디어와 분위기로 승부를 본 작품을, 이제껏 속편 제작 경험이 전무한 소규모 게임사가 어떻게 확장해갈까 하는 점은 한 가지 불안요소로 남았다.
충격의 결말로부터 4년여… 과연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습하지 않았다.
새로운 주인공과 새로운 무대로 돌아온 '리틀 나이트메어 2', BNEK를 통해 2월 10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됐다.
시퀄 아닌 프리퀄, 빵봉지 소년과 우비 소녀
전작을 그냥 넘긴 독자도 있어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리틀 나이트메어’의 결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감상으론 딱히 뭔가 뒤 내용을 생각하고 저질렀다기보단 당장의 임팩트를 중시한 엔딩이 아니었나 싶다. 호러 어드벤처란 주인공이 약자라는 게 기본 전제인데 그 엔딩을 통해 식스는 사냥감이 아닌 사냥꾼으로 변모했다. 당연히 게이머라면 그 후로 어떻게 됐을지 굉장히 궁금하겠지만 개발자 입장에선 수습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그래서 타르시어는 다소 안일한 길을 택했다. 앞으로 가는 대신 뒤로 간 것이다. ‘리틀 나이트메어 2’의 주인공은 빵봉지를 뒤집어쓴 소년 모노이며 전체적인 서사도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식스는 게임 초반에 모노가 구해주는 소녀로 나오는데 명확한 해설은 없지만 1편보다 과거인 듯하다. 도중에 전작의 노란 우비를 주워 입는 묘사가 있으므로 프리퀄이라 보는 게 자연스럽다(잃어버린 우비를 되찾았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긴 하지만).
명멸하는 TV 앞에서 불현듯 눈을 뜬 빵봉지 소년, 그가 누구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채 게임이 시작된다.
모노가 초반에 구해주는 소녀가 바로 전작 주인공 식스, 정황상 프리퀄임을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대사로 뭘 알려주진 않지만 내용 자체가 좀 더 명료하다. 전작이 기묘한 해저 시설부터 식인 거인들과 여주인, 주인공 식스의 정체까지 수수께끼 투성이였다면 이번에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겠달까. 악몽이란 테마에 충실하여 이 세상의 장소가 아닌 것처럼 디자인된 해저 시설과 달리 마지막 검은 탑 말고는 인테리어도 무난하다. 아무래도 속편쯤 되다 보니 슬슬 세계관을 다듬는 과정에서 개성이 마모된 감이 있다.
전작의 경우 누가 꿈에 대한 게임 아니랄까봐 ‘꿈보다 해몽’스러운 해석이 난무했기에 이런 변화도 나쁘지만은 않다. 개발자가 뭔가 대단한 상징을 숨겨뒀으리라 가정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1회차 정도는 그냥 훌륭하게 조성된 분위기를 느끼며 플레이하길 추천한다. 전작이 어린 시절의 공포를 형상화했다면 이번에는 소년소녀의 관계가 핵심이다. 모노와 식스가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두 손 꼭 잡고 헤쳐나가는 모습은 명작 어드벤처 ‘이코’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다 할 대사나 심리 묘사가 없음에도, 잔혹한 세계 속 두 아이의 유대감은 자연스런 설득력을 갖는다.
"잘 타는군… 이릉숲의 불보다 잘 타…"
더 자주 뛰고 더 많이 싸우고, 긴박해진 플레이
‘리틀 나이트메어’는 호러 어드벤처라곤 해도 그리 무서운 게임이 못된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거장 헨리 셀릭에게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한 디오라마풍 그래픽은 남을 겁주기엔 부적합하다. 잔인한 장면을 직접 묘사하거나 깜짝 놀래는 기법(Jump Scare)도 지양하는 편이다. 대신 빠르고 긴박한 추격전이 주는 스릴과 감시를 피해 숨어드는 잠입의 서스펜스를 적절히 안배하여 게이머가 쉬이 긴장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 간간히 지적 쾌감을 주는 퍼즐은 덤이다.
즉 추격, 잠입, 퍼즐이야말로 ‘리틀 나이트메어’의 세 축이라 할 수 있다. 전작에서 이 셋의 비중은 잠입과 퍼즐이 각각 4, 추격은 2 정도였다. 중반까진 잠입에 실패했을 때만 추격전이 발생하고 그러면 그냥 포기하고 다시 도전하기 마련이었다. 후반에 가서야 거인 손님들을 피해 반드시 달아나야 하는 부분이 나온다. 여주인과의 마지막 승부도 사실 보스전이라기 민망할 정도로 쉬웠다. 흔히 말하는 ‘피지컬’이 전혀 필요 없는 작품이었던 셈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코렐라인' 감독 헨리 셀릭에게 영감을 얻은 디오라마풍 그래픽은, 사실 겁을 주는데 적합하진 않다.
대신 '리틀 나이트메어'는 추격 당하는 스릴과 잠입의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전작은 잠입의 비중이 매우 컸다.
반면 ‘리틀 나이트메어 2’는 피지컬의 영역이 크게 늘었다. 전작에서 거인 손님들에게 쫓기던 그런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꼭 잠입에 실패하지 않더라도 강제로 발각되어 뛰어야 할 때도 적잖다.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다른 요소가 모노의 무기 사용이다. 무조건 도망쳐야 했던 전작과 달리 일부 적을 때려 잡을 수 있는데, HP가 없는 관계로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늦으면 이쪽이 끔살당한다. 싸워야 하는 적을 무시하고 다음 장소로 넘어갈 수도 없다.
아마도 전작이 너무 정적이고 지루했던 게이머라면 ‘리틀 나이트메어 2’의 새로운 방향성이 반가울 터이다. 하지만 편집부 공인 똥손인 필자로선 다소 괴로웠다. 피지컬을 요구한다고 막 게임 난이도가 급상승할 정도는 아니지만 진득하게 풀어가던 맛이 그리웠다. 모노의 전투 시스템도 그리 잘 만들었다 보기 어려운 게, 사이드뷰지만 배경의 심도가 있는 작품이라 자칫 겨냥한 대상을 헛치기 쉽다. 거기까지 계산한 난이도 설정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서도…
여전히 잠입도 하고 퍼즐도 풀지만 추격 당하는 경우가 굉장히 늘었다. 열심히 뛰고 달리지 않으면 끔살 당한다.
무기는 특정 상황에서 특정 적에게만 쓸 수 있는데, 방어 수단이 늘었다기 보단 그냥 난관이 추가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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