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실황 1화 ~성기사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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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안에 들어가서 조치를 받고 오겠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괜찮으시다면 신전에 말해서 두 분이 지내실만한 공간이라도 제공해드리고 싶은데요.”
신전 앞에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성기사가 자신의 동료처럼 보이는 여성 둘에게 말했다. 이상한 점이라면 팔 한쪽이 없다는 것. 왼팔의 일부분이 사라져있고, 임시방편으로 붕대를 싸맨 성기사였다.
“신전은 내키지 않지만… 무메이, 넌 어떡할래?”
“굳이 사람이 많은곳에 있고싶진 않은걸. 그리고 이왕이면 신전이 다른 여관들보단 시설이 낫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신전 경비대에 말해두겠습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성기사는 신전 입구로 향했다. 갑옷에 새겨진 성기사의 인장을 보고 경비병이 문을 열었다.
“저분들께 잠시 지낼만한 장소를 제공해 줄 수 있겠습니까? 사제님들께는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바로 제공해드릴 수 있는 장소는 경비대 숙소에 있는 빈 방뿐인데 괜찮으십니까?”
“네. 상관 없습니다. 아 그리고 치유사제님을 불러주십쇼.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일반 상처가 아닌지라.”
성기사는 반만 남아있는 자신의 팔을 보여주며 말했다. 팔의 상태를 본 경비병 한명이 신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들어갔던 경비병이 나오며 성기사를 불렀다.
“안쪽에 있는 예배당에 잠시 기다리시면 사제님이 오실겁니다. 동료분들이 계실곳은 제가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기사는 감사를 표하며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 내부에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성기사는 묵묵하게 예배당으로 향했고, 사제가 올때까지 기도를 드리기로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성기사는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기도를 마무리하고 몸을 일으켰다.
“수행을 다니고 계시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본인이 차기 교황 후보라는걸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루비루 성기사님.”
“그 부분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쉽지 않네요.”
루비루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사제를 응대했다. 자신을 부른 사제는 다른 사제들과는 다르게 한층 더 화려한 복장이었고, 나이도 꽤 있는 듯이 보였다. 분명 이 사람이 이 신전을 관리하는 대사제리라.
“그런데 대사제님이 제 상처를 봐주신다니, 상처가 아물다 못해 다시 자라겠군요.”
“과찬이십니다. 대사제라고 해도 상처의 치유속도가 빠를 뿐, 없어진 신체를 다시 나게하는건 어렵습니다. 관련된 주문에 대한 보고도 받지 못했구요. 그래서 따로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대사제가 말을 끝내자, 뒤에서 사제 한명이 천으로 싸여있는 물건을 들고왔다. 천을 풀자,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푸른 보석이 박혀있었다.
“이건…홀리스톤 아닙니까?”
홀리스톤. 신성한 힘이 깃들어있다는 보석으로, 내장된 신성력의 농도에 따라 색의 맑기와 급이 달라진다. 색을 보아하니 최상급은 아니더라도 최소 중상급은 되어보이는 보석이었다.
“교황님 아드님이신데다 차기 교황 후보이신분께 평범한걸 드릴 순 없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가지고있는 홀리스톤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박아넣었습니다. 아마 수행하시면서 도움이 되실겁니다.”
사제가 의수를 들고 루비루의 왼팔에 고정시켰다. 몇가지 처리가 끝나자, 루비루는 의수를 움직여보았다.
“꽤 좋은 의수네요. 감사합니다.”
“그러니 말씀인데…본국으로 돌아가시면 교황님께 안부좀 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게 본심이군. 교황의 아들이라는 지위는 아직도 불편했다. 차기 교황 후보로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수행을 떠났다. 들리는 신전들마다 교황에게 잘보이기 위해 자신에게 아부를 떨었다. 이것이 정말 균형과 규율의 신, 빌랑크스 신을 모시는 신전인가, 재산과 명예의 신 모네타를 섬기는 신전인가. 하지만 대놓고 싫은 기색을 보일순 없었다. 이유가 어찌됐든,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게 심한 말을 할 순 없었다.
“…네. 물론입니다. 교황님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루비루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의수가 익숙하지 않으실 테니, 어느정도 조정이 될 때까지 신전에 머무시는건 어떠십니까? 적응이 안된상태에서 수행을 떠나셨다가 전투라도 하시면 또 문제가 생길겁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 밖에 절 구해준 동료들이 있는데, 그분들께도 숙소를 제공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생명의 은인이신데 당연히 제공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엘븐사제, 지금 사제방 몇 개가 비어있었지?”
“예, 대사제님”
“그럼 우리 루비루 성기사님 동료분들을 그쪽으로 안내해 드리게. 누추한곳에 머무시게 할순 없지. 혹시 방은 몇 개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두명이긴 합니다만 둘 다 여성분인지라 잘 모르겠군요. 일단 방 두 개로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사제들의 안내를 받으며 루비루는 신전에 준비되어있는 성기사용 방으로 들어갔다. 변두리의 항구도시라 본국에 있는 상급사제용 숙소보단 아니지만, 그래도 꽤 쓸만한 방이었다. 루비루는 갑옷을 벗어 정리해두고 유적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분들이 마침 거기에 안계셨다면, 지금쯤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지.’
수행중에 고대 유적을 발견해서 들어간 것 까진 좋았다. 하지만 유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채로 들어간 것은 실수였다. 무언가를 계기로 유적 수호자들이 깨어났고, 자신은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때 마침 유적을 찾아온 마루와 무메이 일행이 아니었다면, 왼팔은커녕 목숨을 부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상급 사제가 되었고, 성기사로서도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어. 더 강해져야한다.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서.’
루비루는 자신의 왼팔에 의수를 만지며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강해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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